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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인?줄?알았는데?식중독?"?겨울철?노로바이러스?5년?내?최고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 우리는 흔히 독감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만을 걱정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고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영유아와 7~18세 학생층에 집중되어 있어, 개학 시즌과 맞물린 집단 감염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대다수 환자가 초기 증상만 보고 이를 가볍게 넘긴다는 것이다. 단순 감기몸살인 줄 알고 약을 먹으며 버티다 탈수와 합병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겨울철 장염 구별 방법부터 올바른 예방법까지 내과 전문의 현일식 원장(시원누리내과의원)의 자문을 통해 알아본다.

노로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아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해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지만, 겨울철 장염의 주범인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낮은 온도에서 활동성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생존력이 강해진다. 현일식 원장은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인 세균성 식중독과 달리 저온 환경에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라며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 이하의 극한 환경에서도 수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겨울철의 생활 환경 역시 감염 확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추운 날씨 탓에 환기를 잘 하지 않는 밀폐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사람 간의 밀접 접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절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까지 겹치며 여름보다 겨울철에 학교나 요양 시설 등에서의 집단 감염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감기약 먹고 버티다 낭패… 구토와 설사가 결정적 차이
겨울철 장염이 무서운 이유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매우 흡사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발병 초기에는 미열이 나고 온몸이 으슬으슬하며 근육통이 동반되어 영락없는 '독감'이나 '몸살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염 특유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일식 원장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구토와 물 같은 설사가 동반되고 복부 팽만감이나 복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기침이나 콧물,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은 뚜렷하지 않으며, 특히 노로바이러스 장염은 구토가 매우 갑작스럽게 시작된다는 점이 단순 감기와의 가장 중요한 감별 포인트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감기 기운이 있는데 갑자기 구토가 쏠리거나 속이 불편하다면 자가 진단으로 감기약을 먹기보다 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싱싱해 보이는 겨울 굴, 바이러스의 온상일 수도
겨울철 장염의 주요 감염 경로는 오염된 음식 섭취와 사람 간의 접촉이다. 특히 겨울 제철 음식인 굴이나 조개류 같은 해산물은 노로바이러스의 주된 매개체다. 많은 사람이 '겨울이라 음식이 잘 상하지 않겠지'라고 방심하며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즐기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현일식 원장은 "바이러스는 냉장·냉동 환경에서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 해산물 섭취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실 위생도 중요하다. 감염된 환자의 구토물이나 분변에는 막대한 양의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거나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 주위 환경을 오염시키고 2차 감염을 유발한다.

지사제 오남용, 오히려 독소 배출 막는 '독' 된다
장염에 걸려 설사가 시작되면 당장 멈추고 싶은 마음에 약국에서 지사제부터 사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장염에서 무분별한 지사제 복용은 병을 키우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설사는 우리 몸이 장 내에 침투한 나쁜 바이러스와 독소를 밖으로 씻어내려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이기 때문이다. 현일식 원장은 "설사를 억지로 막으면 장 내에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라며 "특히 고열이나 혈변, 심한 복통이 동반된 경우에는 지사제 사용을 피하고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지사제는 의사의 처방 하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유아와 고령자, 탈수는 곧 생명의 위협
건강한 성인이라면 며칠 앓고 나면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고령자에게 겨울철 장염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부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탈수'다. 영유아는 체내 수분 비율이 높고 스스로 증상을 호소하지 못해 설사와 구토가 반복되면 급격히 탈수 상태에 빠지며, 심하면 경련이나 의식 저하까지 올 수 있다.

고령자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탈수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고 신장(콩팥) 기능이 망가지거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부정맥, 낙상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일식 원장은 "이미 심장이나 신장 질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고령자는 장염으로 인해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라며 "영유아와 고령자에서의 장염은 단순한 배탈이 아니라 탈수와 합병증을 얼마나 빨리 막느냐가 생사를 가르는 질환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굶는 것은 옛말, 적절한 수분과 죽 섭취 권장
장염에 걸리면 무조건 굶어서 속을 비워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과거에는 장의 휴식을 강조했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영양 섭취를 권장한다. 특히 설사와 구토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일식 원장은 "급성기에는 물이나 이온 음료를 소량씩 자주 마셔 탈수를 막는 것이 음식보다 더 중요하다"라며 "증상이 조금 완화되면 미음, 죽, 바나나, 감자처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해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단, 장을 자극할 수 있는 기름진 음식이나 유제품, 카페인, 알코올은 완치될 때까지 철저히 피해야 한다.

손 씻기와 변기 뚜껑 닫기, 생활 속 방어막
겨울철 장염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저한 개인위생이다. 외출 후나 화장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알코올 세정제만으로는 노로바이러스를 완벽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리적인 세정이 필수적이다. 식습관과 생활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굴이나 조개류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고, 가족 중 환자가 발생했다면 수건과 식기를 따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배변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습관도 장염을 예방하는 중요한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