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신동아 교수, 통증 치료의 '열린 시선'을 말하다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 신동아 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의사는 수술을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과의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꼭 수술이 필요한 환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초기에는 수술적 접근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환자에게서는 수술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6개월간 하이닥이 대한신경통증학회과 함께 진행한 심층기획 시리즈 '통쾌한 해답'을 마무리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신 교수는 앞으로 환자들이 치료가 힘든 만성통증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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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MRI 결과 정상인데도 아픈 이유는?... "통증은 매우 복잡한 현상"
"수술하지 않을 용기, 그게 진정한 명의의 덕목"
신동아 교수는 "같은 질환이라도 비수술적 치료로 잘 낫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환자를 낫게 하려는 마음에 수술을 시도했지만, 통증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의사가 때로는 수술을 하지 않을 결단을 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경주사치료', '신경성형술', '페인 스크램블러(Pain Scrambler)' 등 비수술적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정말 잘 만들어져 있어서, 척추 질환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된다"는 것이다.
보존적 치료로 몸의 자연 회복력 도와야... '신경성형술'과 '페인스크램블러'
통증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신동아 교수는 먼저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보존적 치료'를 강조한다. 보존적 치료는 신경이나 주변 구조물을 건드리지 않고,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유착·신경 전달 이상을 개선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법이다.
보존적 치료의 대표적 예가 신경성형술과 페인스크램블러(Pain Scrambler)다. 신경성형술과 페인스크램블러는 모두 신체 구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촉진하는 치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① 신경성형술: 신경 주변의 유착을 풀어 '통로'를 다시 만드는 치료
신경성형술은 손상된 신경 주변의 염증·부종·유착(달라붙은 조직)을 풀어주는 치료로, 기존 주사치료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다. 특수한 카테터를 이용해 통증 부위에 직접 접근해 약물을 주입하면서, 신경이 눌려 있거나 갇혀 있는 원인을 화학적·물리적으로 분리해준다. 이 치료는 신경을 자르거나 제거하지 않고, 신경이 원래 경로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통로'를 다시 만들어주는 것에 가깝다.
신 교수는 실제로 "디스크가 터져도 약 66%는 자연 흡수될 정도로 회복력이 크다"며, 신경성형술은 이 자연 회복 과정이 더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라고 설명한다. 즉, 수술 없이도 회복이 가능한 환자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회복 여건을 마련해주는 치료라고 볼 수 있다.
② 페인스크램블러: 통증 신호 자체를 '재학습'시키는 전기 자극 치료
페인스크램블러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신호를 전기적 자극으로 재구성(scramble)하는 방식의 물리 치료다. 통증은 결국 전기 신호이기 때문에, 특수한 자극 패턴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면 뇌가 기존의 통증 신호를 '다른 신호'로 인식하게 된다. 이 치료는 통증을 단순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굳어진 통증 회로를 재훈련시키는 방식이다. 그 결과 만성통증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이고, 신체가 통증 없는 상태를 다시 학습하도록 는다.
"통증은 굉장히 복잡한 현상"... 다학제 협력이 필요한 이유
통증 치료는 한 진료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통증은 신경계·근골격계·정신건강·재활 기능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한 가지 시각만으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진료에서도 신경외과뿐 아니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함께 접근하는 다학제 협진(multidisciplinary care)이 중요하다.
대한신경통증학회에서도 이러한 협력 모델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통증을 단순히 의학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기 위해, 학회에서는 철학과 교수나 비(非)의료 전문가를 초청해 통증의 본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통증은 생물학·심리학·사회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적 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신 교수는 "여러 분야가 협력해야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족의 지지가 치료의 힘이 된다…정신적 안정이 회복을 좌우한다
신동아 교수는 진료에서 마주한 환자 이야기를 통해 가족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에 있는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시골에 사는 한 할머니는 큰 통증을 호소했지만 MRI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신 교수가 느끼기에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처럼 환자의 정서적·사회적 환경은 회복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족의 지지가 탄탄한 환자는 치료에 대한 의지가 높고 회복도 빠른 반면, 외롭게 지내는 환자는 통증이 더 오래가거나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정신적 안정이 육체적 회복에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가족의 도움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사회적 지원이나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도 통증에 대해 잘 알아야... "학회에서도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노력할 것"
수술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 모두의 열린 마음이다. 모든 통증이 수술로 해결되지는 않으며, 명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몸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통증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관점"이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하며,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통증과 함께 삶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다.
신 교수는 대한신경통증학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방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사의학 적용, 다학제적 협진, 해외 학회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다양한 치료법을 연구하고 국내에 적용해, 환자들의 통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